규칙은 비슷한 사안을 비슷하게 처리할 수 있게 하고, 개인적 호감이나 권력에 따른 자의적 결정을 줄인다. 사람들이 결과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미리 알려진 규칙이 일관되게 적용되었다고 믿으면 제도를 예측하고 계획할 수 있다. 예외를 쉽게 허용하면 규칙을 지키며 비용을 감수한 사람에게 불공정하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
같은 규칙이 서로 다른 조건의 사람에게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휠체어 이용자에게 계단을 똑같이 오르라고 요구하는 것은 형식적으로 동일하지만 실질적으로 배제한다. 예외는 규칙을 무너뜨리는 특혜가 아니라 규칙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조정일 수 있다. 다만 예외의 요건과 심사 절차가 공개되어야 하며, 필요한 조정이 개인의 호소 능력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상황을 미리 규칙으로 적을 수 없으므로 현장 판단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재량의 존재가 아니라 재량이 설명과 검토의 대상이 되는가이다. 담당자가 예외를 인정한 이유를 기록하고 유사 사례와 비교하며,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면 재량은 경직된 규칙을 보완한다. 반대로 이유 없는 재량은 예외가 아니라 특권이 된다.
장학금 신청 마감은 오후 여섯 시였다. 서버는 다섯 시 오십 분부터 느려졌고 지연의 파일은 여섯 시 삼 분에 업로드되었다. 담당자는 “규정상 접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교수의 추천서를 늦게 받은 다른 학생은 학과장의 연락으로 접수가 허용되었다. 지연은 자신의 화면에 남은 오류 기록을 출력해 이의신청서와 함께 제출했다.
세 기관의 1년간 가상 자료이다.
규칙을 해석할 때 문언만 보아야 하는지, 규칙이 이루려는 목적까지 보아야 하는지는 오랜 논쟁이다. 목적을 무시하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부당한 결과가 생길 수 있고, 목적만 앞세우면 해석자가 원하는 결론을 끌어낼 위험이 있다. 정당한 해석은 문언이 허용하는 범위, 규칙의 목적, 다른 규칙과의 일관성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