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공간의 핵심은 소유 주체가 국가인지 여부보다 이용 자격이 특정 소비 능력에 좌우되지 않는 데 있다. 광장과 공원은 서로 목적이 다른 사람들이 같은 장소를 공유하며 타인의 존재를 감각하게 한다. 이곳에서는 반드시 물건을 사거나 회원이 될 필요가 없다. 공공 공간이 충분할 때 시민은 경제적 지위와 무관하게 쉬고, 만나고,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
공간을 유지하려면 청소, 안전, 수리 비용이 든다. 공공 재정만으로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 상점이나 행사 유치는 공간을 지속시키는 현실적인 수단이 된다. 카페가 들어선 공원은 조명과 화장실이 개선되고 이용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 상업 활동 자체를 공공성의 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수익이 공간의 유지에 어떻게 환원되고 비소비 이용자의 접근이 보장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은 아무 규칙도 없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제한 없이 사용하면 일부 집단이 소음과 점유로 다른 이용자를 몰아낼 수 있다. 공유지는 이용자들이 자원의 한계를 인정하고, 규칙을 함께 만들며, 위반에 단계적으로 대응할 때 오래 유지된다. 공공성은 무제한 개방이 아니라 다양한 이용자가 계속 공존할 수 있도록 권리와 책임을 배분하는 제도이다.
새로 단장한 역 앞 광장에는 반짝이는 카페와 공연 무대가 생겼다. 이전보다 밝고 깨끗했지만, 오래된 나무 벤치 열 개는 광고판이 붙은 의자 네 개로 바뀌었다. 퇴근한 영호는 빈 의자에 앉으려다 ‘음료 구매 고객 우선’이라는 문구를 보았다. 그는 분수 가장자리에 앉았다가 경비원의 안내를 받고 일어섰다. 그날 광장은 사람으로 가득했지만 영호가 머물 자리는 없었다.
세 도시의 광장 개선 사업 1년 뒤 가상 자료이다.
출입 금지 표지가 없어도 공간은 특정 사람을 배제할 수 있다. 가격, 복장 규범, 감시 방식, 앉을 수 있는 시간과 같은 요소가 ‘여기에 어울리는 사람’을 암묵적으로 정하기 때문이다. 공간의 공공성을 평가하려면 법적 개방 여부뿐 아니라 실제로 누가 편안하게 머물고 누가 스스로 물러나는지를 관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