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사람들은 오늘 회의에 표를 던질 수 없지만, 지금 정한 에너지·토지 정책의 결과 안에서 살아가게 된다. 현재가 결정을 먼저 내린다는 사실은 뒤에 오는 사람들의 선택 범위를 일방적으로 좁힐 권한을 뜻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의 구체적 취향을 대신 정할 수도 없다. 세대 간 책임은 특정한 삶을 예약해 두는 일이 아니라, 여러 삶 중에서 고를 수 있도록 안전한 환경과 회복 가능한 자원을 넘겨주는 데 있다.
장기 정책은 미래의 편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기 위해 할인율을 사용한다. 할인율이 높으면 먼 미래의 피해는 작게 계산되어 당장의 비용이 큰 감축 정책이 채택되기 어렵다. 반대로 할인율을 지나치게 낮추면 현재의 빈곤과 복지 문제에 쓸 자원을 과도하게 미래로 이전할 수 있다. 할인율은 단순한 기술적 숫자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삶을 얼마나 동등하게 볼 것인지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포함한다.
기후 책임을 동일한 비율로 나누면 국가와 집단 사이의 과거 배출량과 대응 능력 차이가 가려진다. 산업화 과정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고 더 많은 온실가스를 축적한 주체는 더 큰 감축 부담을 져야 한다. 동시에 현재 배출량이 빠르게 늘어난 국가도 미래 피해를 줄일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공정한 분담은 역사적 책임, 현재의 능력, 기본적 발전 필요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섬마을 학교의 마지막 수업 날, 아이들은 책상 다리를 벽돌 위에 올렸다. 비가 오지 않았지만 운동장 배수구에서 바닷물이 올라왔다. 교사는 지도에서 새 학교가 생길 육지 도시를 가리켰다. 한 아이가 “우리가 떠나면 여기는 누구 마을이에요?”라고 물었다. 교사는 답하지 못하고 칠판에 남아 있던 날짜를 지웠다. 창문 밖에는 오래된 팽나무의 뿌리가 소금물에 잠겨 있었다.
가상 국가의 세 정책 시나리오이다.
미래 피해의 규모가 불확실하다는 사실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을 근거가 되지 않는다. 되돌릴 수 없는 피해 가능성이 크다면 불확실성은 오히려 신중한 예방의 이유가 된다. 그러나 예방 정책도 현재의 취약 집단에게 비용을 집중시킬 수 있으므로, 위험을 줄이는 과정 자체가 정의로워야 한다. 정책은 피해 가능성과 비용 분배를 함께 공개하고 수정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